이번 1인1프로젝트에서는 라이트노벨과 라이트문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원래는 라이트노벨을 통해 일본 사회까지 이것저것 알아보려고 했는데, 관련 박사논문을 읽다 보니 내용이 생각보다 너무 깊어졌다.
부기팝을 가지고 1990년대 일본 청소년의 자아가 어떻고, 세카이계가 어떻고 하는 것까지 들어가면 5분 발표가 아니라 논문 발표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 라이트노벨은 대체 뭔가?
- 라이트문예는 또 뭔가?
- 일반적인 소설과는 뭐가 다른가?
정도를 알아보기로 했다.
라이트노벨?
라이트노벨이라고 하면 일단 이세계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작품들을 보면 이세계, 러브코미디, 학원물, 일상물, SF, 판타지, 백합 등 장르는 상당히 다양하다.
즉 라이트노벨을 하나의 내용 장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대신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다.
1. 만화,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특징이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표지와 본문 삽화에 만화, 애니메이션풍의 캐릭터 일러스트가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단순히 표지를 예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가 캐릭터의 모습을 상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2. 만화를 소설로 옮긴 듯한 문체
라이트노벨에는 비교적 짧고 간결한 문장, 많은 대화와 줄바꿈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의 한 부분을 보면,
대화 → 짧은 지문 → 대화 → 짧은 지문
의 방식으로 이야기가 빠르게 이어진다.
만화에서 말풍선을 계속 읽는 것과 비슷한 호흡을 소설에서도 만들어내는 셈이다.
물론 모든 라이트노벨이 똑같은 문체로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3. 다른 미디어와의 교류
라이트노벨은 소설로만 끝나는 경우가 적다.
인기를 얻으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미디어믹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처럼 같은 작품을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모두 접할 수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특징은 어디서 왔을까?
관련 논문에서는 현재의 라이트노벨이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준 흐름을 크게 소녀소설, SF·판타지 소설, TRPG 등으로 설명한다.
소녀소설
1980년대 소녀소설은 순정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만화풍의 표지와 삽화
- 만화의 말풍선과 비슷한 느낌의 문체
- 등장인물의 내면 묘사
등이 현재 라이트노벨과 연결된다.
SF·판타지 소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소설에도 애니메이션풍 일러스트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게임의 발전은 판타지 소설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드래곤 퀘스트』와 같은 JRPG식 판타지 세계가 소설로 들어오면서 현재 라이트노벨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판타지나 이세계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TRPG
TRPG는 참가자들이 각각 캐릭터를 맡고, 규칙과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이러한 방식은 라이트노벨의 세계관 구성이나 여러 캐릭터를 움직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발표에서 이 역사를 깊게 파고들 생각은 없다.
알고 보니 여기서부터 몇십 년을 설명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라이트노벨은 단순히 일부 사람만 보는 아주 작은 출판 분야라고 하기도 어렵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 전체 문예시장과 라이트노벨 시장의 변화를 비교해 보면, 전체 문예시장이 크게 감소한 기간에도 라이트노벨 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라이트노벨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층에서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래서 논문에서도 라이트노벨이 주로 젊은 독자층을 상정해 만들어져 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라이트문예는 뭐지?
문제는 여기서 새로운 단어가 하나 나온다.
라이트문예다.
논문에서는 라이트문예를 라이트노벨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일반문예에 가까운 형식을 가진 오락소설로 설명한다.
쉽게 생각하면 라이트노벨과 일반문예의 특징이 섞여 있는 형태에 가깝다.
라이트노벨처럼 캐릭터와 일러스트를 중요하게 사용하지만, 본문은 일반문예와 비슷하게 지문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
또 연구 당시의 출판시장을 기준으로 라이트노벨이 주로 1020대 남성을 독자로 상정했다면, 라이트문예는 2030대 여성을 주요 독자층으로 상정했다고 한다.
당연히 남자는 라이트문예를 안 읽고 여자는 라이트노벨을 안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출판사가 어느 독자층을 중심으로 기획했는가에 가깝다.
라이트노벨, 라이트문예, 일반문예
대충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 라이트노벨 | 라이트문예 | 일반문예 | |
|---|---|---|---|
| 일러스트 | 만화·애니풍 표지 및 내지 삽화 적극 사용 | 표지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 | 필수 요소가 아님 |
| 문체 | 짧고 간결한 문장, 대화와 줄바꿈이 많음 | 읽기 쉬운 성격을 유지하면서 지문 중심 | 지문 중심 |
| 주로 상정한 독자층 | 10~20대 남성 | 20~30대 여성 | 특정 독자층으로 규정하기 어려움 |
| 미디어믹스 | 애니, 만화, 게임 등 | 애니, 실사 영화, 드라마 등 | 실사 영화, 드라마 등의 사례 |
마지막 미디어믹스 부분은 각 문학을 정의하는 절대적인 조건이라기보다는 대표적인 경향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문예가 영화나 드라마로만 만들어진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실제 문체를 비교해보면?
발표에서는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일부를 직접 비교해볼 생각이다.
『내청코』의 예문에서는
- “희미하게 보여준 미소”
- “너무도 순수한 미소”
- “차가운, 얼음 결정 같은 얼굴”
처럼 인물의 표정과 인상을 상당히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라이트노벨에서는 여기에 실제 캐릭터 일러스트까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독자가 등장인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쉬워진다.
반대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가져온 부분은 겉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보다는,
‘나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녀 때문에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같은 화자의 내면을 지문으로 이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라이트노벨에는 내면묘사가 없고 라이트문예에는 대화가 없다.
는 뜻은 아니다.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어떤 표현 방식이 더 두드러지는지를 보기 위한 예시다.
그래서?
‘라이트문예’라는 단어 자체는 상당히 생소하다.
나도 이걸 조사하기 전에는 사실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논문을 읽다 보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이미 꽤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라이트문예의 사례로 등장한다.
『너의 이름은.』 역시 논문에서 라이트노벨과 라이트문예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다뤄진다.
즉 라이트문예라는 이름만 생소할 뿐이지, 정작 그와 가까운 작품들은 이미 접해봤을 수도 있다.
라이트문예,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을지도…?
참고한 논문
- 남유민, 「새로운 현대 일본 대중문학으로서의 라이트노벨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20.
- 한채원, 「라이트문예와 라이트노벨 비교 연구 - 구성과 테마의 차이를 중심으로 -」, 명지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0.
처음에는 ‘라이트노벨로 박사논문까지 쓸 게 있나?’ 싶었다.
읽어보니 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발표에서는 대부분 빼게 되었다.